둘쨋날 아침이 밝았다. 캠핑에 가서는 늦잠을 잔 적이 거의 없다. 아침해가 뜨면서 함께 잠에서 깨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이번 캠핑을 했던 사이트에서는 아무래도 벌집이 근처에 있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벌들의 윙윙~소리가 꽤나 크게 들려 눈이 그냥 떠졌다. 그곳에선 벌들의 소리도 위협적으로 들리기보다는 자연의 소리이구나 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여유가 생긴다.(벌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아서 그런것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어제 저녁에 마셨던 파인애플만 보드카 때문이였을까. 아침에 오믈렛을 해먹자 했는데, 국물이 땡겼다. 마지막 날에 먹으려고 싸왔던 라면 봉지를 거침없이 뜯어 김치와 보글보글. 역시 한국사람은 라면과 함께 해장이 필요한듯. :)
벌들은 소리만 날뿐 우리들 근처에 오지는 않았으나, 날씨가 첫날보다 따뜻해진 탓인지 어제보다는 모기가 아침부터 극성이였다. 한국에서도 볼수 있는 모기향이 신기하게도 캠핑 용품 파는곳에서 똑같이 팔았다. 왠지 미국에서도 똑같은 모기향을 보니깐, 왜이리 반가운지. 모기향을 피워놓고 어제 하다가 그만둔 Domino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하나의 게임이 꽂히면 완전정복을 위해 달려가는 나. 남편은 그런 나를 볼때마다 참 특이하다면서 꼭 같이 놀아준다. 하핫. 감사할뿐.
Domino게임을 하다가, 어김없이 찾아온 점심시간. 이번 캠핑 메뉴를 알아서 남편 K군에게 고르라 했더니 고기가 거의 매끼. 점심은 치킨윙 BBQ그릴구이로 준비. 소금 후추양념만 한후에 약한 불에 은근히 오랜시간을 구우면 겉이 바삭바삭해지고 속은 보들보들.
점심을 먹고 낮인지라 모닥불이 켜놓지 않은 벽돌 화로 근처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K군이 주변의 예쁜 모습들을 사진찍기도 하면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K군이 "Oh!"라고 외치면서 순식간에 나에게 쉿~이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입모양으로만 "Why?"라고 계속물어보니 뒤쪽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거다.
뒤를 돌아보니 바로 맞은편 풀 보호구역에 사슴 두마리가 와있는거 아닌가!? 동물원에서나 보던 큰 사슴 두마리를 캠핑에 와서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였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카메라를 들고 앉은자리에서 찍고는 더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소리를 내지 않고 살금살금 걸어가기 시작했더니, 도망가지는 않았지만 한번씩 나를 쳐다보다가 다시 풀먹고를 몇번 반복하더니 나중에는 나를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계속 식사. 처음 느끼는 자연의 경이로움이였답니다. (주의사항:혹시라도 저와 같이 사슴을 보실 기회가 있으실분은 사슴 근처에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마세요~ 너무 근처에 갈경우 공격하는줄 알고 뿔이나 뒷발로 반격(?)할수도 있답니다)
눈이 초롱초롱 너무 예뻐요~
나를 더이상 신경쓰지 않는 사슴들을 뒤로하고 점심도 소화시킬겸 카메라를 들고 산책길에 나섰다. 이 길은 매번 올때마다 산책을 하지만 매번 기분이 좋아지는 그 아늑함. 너무 좋아 사진 찍고 두 세바퀴는 더 돌았다.
오랜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K군은 해지기 전에 미리 저녁 준비를 해야한다면서 그릴에서 야채랑 소세지 닭가슴살등을 굽고 있는거다. ㅎㅎ 먹는걸 좋아하는 나와 K군이지만 음식만 만들어 놓은 후 배가 고프지 않아 대부분을 집에 싸가지고 와 Burrito를 해먹었다는...
어김없이 얼마 안있어 해가 질때쯤 모닥불을 피워 주변을 밝히고 미리 준비해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를 두편을 보는 내내, 내일이면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나무에 담아 잔뜩 넣어 모닥불을 더 활활 피웠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왠지 은근한 따뜻함을 주던 모닥불이 생각이 난다. 그렇게 모닥불이 다 태워질때까지 기다려 둘쨋날을 마무리 짓고 잠자리에 들었다. 사진을 보면서 다시 또 캠핑을 가고 싶은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캠핑을 좋아하나 보다. 늦게배운 사람이 더 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맞는말인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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